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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내 구명조끼 입어"…동영상에 담긴 안타까운 순간들

입력 2014-04-28 08:23 수정 2014-04-28 18:5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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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앵커]

어제(27일) 저희 JTBC 뉴스9에 희생 학생 부모님께서 사고가 난 직후부터 15분 동안 찍힌, 아이의 휴대전화에 남은 동영상을 전해주셨습니다. 이 아이들을 두고, 선원들과 구조 당국이 뭘 했는지 답답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는 동영상이었는데요, 정지 화면과 일부 현장음을 중심으로 시청자 여러분께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.


[기자]

전날 밤만 해도 불꽃놀이를 담던 휴대전화가 침몰이 시작된 직후인 사고 당일 오전 8시 52분 27초부터 단원고 학생들이 머물던 4층 객실을 찍습니다.

[아 기울어졌어.]

[쏠리는 거 장난 아니야. 자꾸 이쪽으로 쏠려. 못 움직여.]

다른 단원고 학생이 119에 첫 신고를 한 것과 거의 같은 시간입니다.

잘못된 안내 방송 탓에 학생들은 위험을 잘 모릅니다.

[야, 누가 구명조끼 좀 꺼내와 봐.]

[아 뭘 꺼내.]

[신난다.]

[야 나 진짜 죽는 거 아냐?]

[수학여행 큰일 났어.]

그 시각, 세월호는 제주VTS에 배가 넘어간다는 구조 요청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은 애써 안정을 취하려 합니다.

[다 안정되고 있다.]

[안정되고 있어?]

[어 점점 왼쪽으로 가고 있어.]

[어. 야. 아까보단 괜찮아진 것 같아.]

잠시 끊겼던 동영상은 8시 59분 53초에 다시 촬영이 시작됩니다.

배가 기운 지 10분이 넘어가면서 학생들은 구명동의를 찾습니다.

[나 구명조끼 입는다.]

[야 나도 입어야 돼. 진짜 입어야 돼.]

[아 나도 입어야 된다.]

서로를 챙깁니다.

[야 00야, 00꺼 없어. 받아와야 돼.]

[내 것 입어.]

[너는?]

[나? 가져와야지.]

아직도 학생들은 상황을 모릅니다.

[야 이거 왜 이래.]

[선장은 뭐하길래.]

침몰이 시작한 지 16분, 아직도 탈출할 시간은 충분하지만 지시대로 객실에 남아서 불안해 합니다.

[전화 안 터진다고?]

[어 안 터져.]

[녹음이야 지금 동영상이야.]

떠오르는 건 가족과 친구들입니다.

[엄마, 아빠 아빠 아빠 아. 내 동생 어떡하지?]

세월호가 진도VTS와 교신을 시작한 9시 6분쯤, 아이들이 갑판을 떠올릴 때 다시 안내방송이 나옵니다.

[진짜 그런데 갑판에 있던 애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?]

[단원고 학생 여러분 및 선생님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안내 말씀드립니다.]

[조용히 해봐. 조용히 해봐.]

[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.]

[네.]

아이들은 탈출을 생각합니다.

[아 무슨 일인지 말을 해줘야지.]

[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. 구명조끼 입으란 거는 침몰되고 있다는 소리 아니야?]

[어 진짜 바다로 뛰어들 것 같아.]

[우리 이렇게 바다로 헤엄쳐서 이렇게 될 거야.]

그때 또 방송이 나옵니다.

[다시 한 번 안내 말씀드립니다.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.]

선생님을 걱정합니다.

[선생님들도 다 괜찮은 건가?]

[카톡왔어. 선생님한테.]

[뭐래?]

[애들 괜찮냐고.]

[선생님도 여쭤봐.]

[선생님도 지금 카톡을 안 보고 있어.]

이렇게 동영상은 끝이 났습니다.

이 16분만 제대로 안내했어도 많은 아이들이 살 수 있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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